이구아나를 만났습니다. 아니, 제 발 바로 앞에서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살아서 움직였습니다. 꽤 큰 몸집이 바로 눈앞에 살아 움직이니 신기했습니다. 다음날 조카는 기념품 가게에서 이구아나 인형을 샀습니다. 인형이 26불이나 했습니다. 인형 가슴에 작게 ‘Cancun’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아마 그 이름값이 20불은 되었을 것입니다. 그 때만 해도 그 인형으로 인해 얼마나 재밌는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밤이 되면 수혁이는 그 인형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놓고선 그 반응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지나가다 멈춰서 살펴 보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커플이 지나가다가 멈춰섰습니다. 남자가 애인에게 멋진 목소리로 “음 이 이구아나는 꼬리가 좀 짧은 편이군…”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조카가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 이구아나를 확 집어 들고 가니 깜짝 놀라고 황당해 했습니다. 끝까지 멋짐을 유지하려 했지만 이미 애인은 배꼽을 잡고 웃으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낮에는 너무나 확실한 인형 이구아나도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사람들이 진짜인 줄 알고 쉽게 속는 모습이 참 재밌었습니다.
진짜와 가짜는 빛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그 안에 생명이 있으면 ‘진짜’ 이구아나이고 생명이 없으면 ‘가짜’ 인형인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다시 하나님의 말씀의 등불을 비춰야 합니다. 내가 보고 생각하는 것이 다 맞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잘못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보트를 타고 가던 중, 안내해 주시는 아저씨가 악어를 보여주겠다고 방향을 틀어 우리를 데리고 갔습니다. ‘투투’ 라는 이름까지 갖고 있는 악어가 물에서 나와 뚝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습니다. 좀전에 스노우쿨링을 하고 온 우리들에게 여기서 다시 물에 들어가자고 농담까지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 때까지만 해도 두 눈으로 보면서도 그 악어가 가짜인줄 알았습니다. 대낮이었는데 말입니다. 보면서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악어 ‘투투’는 진짜였습니다.
-김진우 목사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