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아마 합창단 활동 했던 시간일 것입니다. 2교시 끝나면 도시락은 이미 끝내고 3교시 끝나면 10분 나가 축구나 농구하고 점심시간에 합창단실로 모여 매일 노래했습니다. 그 중 ‘평화의 기도’, ‘주의 크신 은혜’, ‘보리밭’등은 숭실남성합창단의 대표곡들입니다.
숭실학교는 작곡가 안익태, 김동진, 성악가 이인범 등 수많은 음악인들을 배출한 학교입니다. 한번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회를 앞두고 대기길에 있는데 옆방에서 누가 목을 푸는데 땅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누군가 했더니 서울대 성악과 교수인 베이스 전승현 선배였습니다. 한창 에너지 넘치는 고등학생들이 매일 모여 합창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곡을 들으면 제 파트가 저절로 생각나 부르게 됩니다.
합창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아름다운 화음이 이루어 내는 하나된 소리일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수십명 가운데 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지휘자 선생님은 틀리거나 부르지 않는 사람을 바로 잡아 냅니다. 연주회 전날 지휘자 선생님을 딱 한번 보지 않았다고 최종 연주자 리스트에 들었다가 당일 무대에 서지 못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우리 삶을 지휘하시는 예수님께 우리들의 시선을 집중할 때 우리들도 하나된 아름다운 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소리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 사람들을 모를지라도 하나님은 다 아십니다. 우리들의 말씀 묵상하며 씨름하는 소리, 기도제목을 붙들고 간절히 기도하는 소리, 한 영혼을 위해 섬기는 마음의 소리,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는 소리, 교회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소리, 이웃을 사랑하는 소리가 매일매일 천사들의 합창소리가 되어 세상에 울리길 기도합니다. 우리들을 지휘하시는 분이 예수님이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김진우 목사
Comments